지도자 이야기
새마을지도자들의 생생한 활약상을 통해
그들의 리더십과 당시 마을 단위별 새마을운동의
성공사례를 소개합니다.
그들의 리더십과 당시 마을 단위별 새마을운동의
성공사례를 소개합니다.
지도자 이야기
한국의 산토리니로 거듭난 달동네
부산광역시 서구 감천동 새마을지도자 이원선 씨 이야기
감천문화마을(부산시청)
‘한국의 산토리니’를 아십니까?
그리스가 자랑하는 관광지 산토리니.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비탈에 눈부시게 흰 벽과 새파란 지붕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풍경으로 유명하다. 부산에도 그런 곳이 있다. 감천만 바다를 굽어보는 천마산 비탈의 달동네, 바로 감천문화마을이다.
이 마을이 부산의 명소로 재탄생하게 된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1975년으로 돌아가야 한다. 오랫동안 개발의 뒷전에 밀려 쇠락해 있던 달동네가 계단식 주택의 화사한 예술작품으로 변모하기까지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는지, 지금부터 들여다보자.
판잣집 없는 판자촌?
감천문화마을의 시작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이 항구를 중심으로 근대화되기 시작하자 외지에서 농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밀려들었고, 이들은 주거지가 부족한 탓에 산비탈에 움막을 치기 시작했다. 여기에 전쟁 피난민들이 몰려들고, 강제이주정책에 따라 집단이주해온 이주민들이 정착하면서 빽빽한 계단식 판자촌을 이루었다.
판잣집이란 판자와 토담으로 벽을 쌓고 지붕을 천막으로 대신한 허름한 집으로, 가난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현재 감천문화마을의 집들을 자세히 보면 판잣집이 아니라 시멘트로 지어진 현대식 이층주택에 슬레이트 지붕이다. 말하자면 1950년대에 지은 판잣집은 지금 찾아볼 수가 없다.
“못 올라갈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
1970년 초까지만 해도 감천동 비탈길에는 2천여 채의 판잣집이 층층이 빼곡했다. 2만여 명의 주민들은 대부분 구두수선, 엿장사, 고물장사, 거리 행상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지은 지 20년이 넘은 판잣집은 낡고 비위생적이었지만 수리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돈이 없었기 때문에, 혹은 돈이 모이더라도 다른 동네로 떠날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감천마을 주민들(새마을 화보, 1977년)
1975년 새마을지도자 이원선 씨는 열악한 마을환경을 개선하고 싶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주택 개량이었다. 집집마다 찾아가 주민들을 설득했지만 찬성하는 주민은 많지 않았다. 가난을 숙명으로 생각하는 어떤 이는 그에게 “못 올라갈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고 충고까지 했다. 그러나 지붕에서 비가 새고 판자 틈새로 칼바람이 불어대는 상황을 더는 견디기 어려워지자 주민들도 서서히 이원선 씨의 설득에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협동으로 2천 동 판잣집을 개량하다
전문가에게 기술검사를 의뢰한 결과, 언덕의 경사가 45도만 되어도 개보수가 위험한데 감천동은 경사가 60도가 넘기 때문에 개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판잣집은 무허가에다 소규모 건물이라 당시 부산시의 규정상 시의 지원을 받을 수도 없는 처지였다. 이원선 씨는 주민 자력으로 주택을 개량할 테니 새마을사업으로 승인해 줄 것을 시청에 요구했다. 시 관계자는 방대한 사업이라 신청을 해도 승인이 힘들 거라며 난색을 표했지만 기어코 승인을 얻어냈다.
먼저 판자촌 주민들은 틈틈이 모은 공동자금으로 34동의 주택을 시범 개량하기로 했다. 낮에는 각자 밥벌이를 하고 밤에는 함께 일손을 모은 결과 20일 만에 개량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희망에 부푼 주민들은 생활비를 아껴 자금을 모은 뒤 주택 개량을 이어나갔다.
체력적 한계에 부딪히자 이원선 씨와 주민들은 새로운 방안을 짜냈다. 우선 개량된 주택 350동에 방 하나씩 세를 놓고 그 전세금을 모아서 다음 세대의 개량비를 충당하기로 한 것이다. 공동 취사로 시간을 절약했고 목공, 미장공, 타일공 작업마저 자체적으로 소화했다. 1978년 6월 30일, 개량 사업에 착수한 지 3년 6개월 만에 외부의 도움 없이 2천여 동의 판잣집 개량을 완수했다.
오늘날 사랑받고 있는 감천문화마을의 면면에는 1970년대 새마을사업의 협동정신과 주민들의 피땀이 서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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